오늘은 창 밖으로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하루다.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부터 비가 내리고 있어서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일상적인 아침 루틴을 마치고 창 밖을 보자, 하얀 비가 설레게 내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열심히 펴고 나서야 차릴 수 있었다.
외출 준비를 하면서도 비올 때마다 꿈꾸던 따뜻한 실내에서 보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약속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집을 나서자마자 물웅덩이를 피해 가는데에도 힘든 일이었다. 맑았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노을조차 보이지 않아 더욱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다.
도착한 장소에서는 비 내리는 소리에 분위기가 더욱 좋아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특별한 기대 없이 앉아 있었고, 자신도 마찬가지로 마음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회의는 진행되어야 했기에 모두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회의는 침묵과 함께 시작되었다. 도중에 마주친 시선들은 졸린 것처럼 보였고, 말 한마디가 두꺼운 공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집중해야 했다. 모두가 비 올 때의 기분을 알았기 때문에 다들 힘을 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회의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비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가 내 기분을 더 좋지 않게 만들었다. 반복되는 비의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였는지 몰라도, 주변 모든 것들이 귀찮은 소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단비처럼 가벼운 비였는데도 그걸 느낄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는 순간,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의 따듯한 공간이 나를 반겨주었다. 실내에 퍼져있는 온기와 함께 내 안의 피로와 안색도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이야말로 오늘의 남은 시간을 내 자신과 함께 보내기에 가장 쾌적한 곳이었다.
이어서 나는 커피 한잔을 타서 창 밖을 내다봤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실내에서 창을 내다보니 그 소리는 좀 더 아름답게 들렸다. 겨울처럼 추운 날씨에 비로 젖은 거리와 나무들은 우중충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맑은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비의 흔적들은 아직 내일을 위한 지면에 작은 축복이었다.
오늘은 창 밖에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하루였다.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지 비 온다는 것 하나로 우리는 함께 웃을 수 있는 힘을 얻었고, 그 힘을 가지고 내일로 나아갈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비 오는 날, 우중충한 날이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